[경향신문] 전 미·중·일 대사, "국제질서 전환기, 냉철하고 실리적인 대응 해야"  
작성자 : 운영자   작성일 : 2013-12-12   조회수 : 2971

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등으로 동북아 지역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원로외교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냉철하고 실리적인 외교를 해야한다는 제안이 나왔다.

미국·중국·일본 주재 대사를 각각 지낸 최영진, 이규형, 신각수 전 대사는 3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 포럼에서 방공식별구역 문제 등으로 기존 질서에 변화가 일긴 했지만 차분하고 국익에 부합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.

이 전 대사는 “중국이 기존의 질서에 변화를 주는 행동을 일방적으로, 관련국과 상의, 통보 없이 행한 것에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(방공식별구역 설정) 그 자체가 큰 문제를 야기한다거나 국가 방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”며 “이 자체를 너무 걱정하거나 혼란스럽게 생각할 필요 없고, 중국측과 협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”이라고 말했다.

최 전 대사는 현재를 전쟁과 군사력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경제와 무역의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“외교 이슈에서 영속적인 것과 과도적인 것을 구별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문제도 돌발적인 상황에 준비하되 큰 테두리에서 관리해야 한다”고 제안했다.

신 전 대사는 “미·중간에 세력 전환과정에서 일어난 전략적 불신이 있고, 이는 전략적 안정상태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”며 “(이 문제가) 땅 따먹기가 아닌 만큼 상황을 냉철히 보고 복잡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”고 말했다. 다만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이 주변국과 일절 협의가 없었고 (구역) 폭이 과다하며 단순 통과하는 비행기에도 사전 통보를 요구하는 등 기존보다 강화된 내용이라는 3가지 문제를 지적했다.

원로 외교관들은 앞으로 미·중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발적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하지만 큰 물리적 충돌까지는 이르지 않고 전략적 경쟁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. 그 과정에서 정부가 방공식별구역 문제 등 외교 현안에 대한 국내 갈등을 줄이고 컨센서스를 이루는 지혜를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.

이 전 대사는 “방공식별구역 설정 등으로 논란이 되는 때일 수록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어떤 것이 국익의 관점에서 맞는지 생각해야 한다”고, 최 전 대사는 “국민 정서로부터 국민 이익을 구분해서 외교에서 정말 필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찾고 해결해야 한다”고 제안했다. 신 전 대사는 “중국이 책임있는 대국으로서의 대외행태를 보이면 우리에게 굉장히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미·중 경쟁상태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고, 그 때 국민적 합의 없으면 또다시 혼란에 빠질 것”이라며 “그것을 대비하는게 안전한 대외정책 아닌가 한다”고 말했다.

/이지선 기자 jslee@kyunghyang.co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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